긴장 후 어지럼증

코로나19라고 화이자 백신 2차를 맞았다. 올해 언제부터인지 모를 여름부터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게 습관화되어 9시인데도 졸렸다. 다시 눈을 감고 바닥에 누우면 잠들 수 있을만큼.

부모님과 함께 조금만 걸어가면 되는 동네 뒤쪽 길을 걸었다. 주사는 무섭지 않았다, 뉴스에서 말하는 위험성 같은 얘기들이 머릿속을 떠돌기도 하지만 객관적으로 맞는 편이 좋기 때문에 맞으라고 하는 거니까. 한국은 의료 시스템이 상대적으로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있어도 금세 치료 받을 수 있다. 그리고 몸만은 건강해서 딱히 아프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의사 선생님의 알아듣기 어려운 속사포 랩 설명을 듣고는 금세 왼쪽 팔에 똑같이 맞았다. 사실은 맞기 전부터 긴장을 한 탓인지 어지럽고 머리 아픈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주사 맞는 건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로 다른 부분에 정신이 쏠렸다.

급히 자리에 누워서 휴대전화를 만지니 괜찮았다. 심장소리가 들린 것 같기도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엔 괜찮았다. 다른 손님에 의해 다른 곳에 앉아서 15분 동안 기다리는 데는 아무 문제 없었다. 밖을 나와 엄마가 잠시 은행 부스에 들러 가만히 서서 기다리는 동안 다시 증상이 시작되었다.

사실 이건 중2 때의 수련회나 고2 때 간 봉사활동에도 잠시 있었다. 전자는 조회와 같은 것을 한다고 가만히 제자리에 서게 했을 때 갑자기 어지럽고 앞이 새까매져 주저앉았다. 후자는 봉사활동을 폐기장에 가서 걸어다니는데 앞이 잘 안 보이고 호흡이 가빠지고 어지러워 동생에게 기댄 채 쓰러졌다. 의식을 잃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저 찬 바람을 쐬고 차분해질 때까지 다른 행동에 정신 팔리게 해두면 원래대로 돌아온 것 같다.

사실 1차 접종을 했을 때에도 조짐이 살짝 있었다. 하지만 그 때에는 잠시 몇 분 그러다가 만 것이 이번엔 꽤 되었던 것 같다. 엄마와 아빠가 부축해서 길을 가긴 가는데 앞은 깜깜해서 겨우 여기가 어딘지 어렴풋일 뿐이고 얼굴이 창백해졌다고 들었다.

눈을 감고 다리를 움직여 걸은지 약 5분이 지나자 점차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부모님께 기대었던 팔이 혈액순환이 안 된 듯 저려오고 정상적으로 숨을 쉬고 익숙한 길을 걸었다. -중간에 아빠가 업히라 했지만 흔들리면 머리 아플 것 같아 거절했다.- 듣기론 아빠도 그리 혈액순환이 잘 안 돼 어지러운 증상이 있다고 하는 거다. 이런 것도 유전이 되나, 생명 분야는 생1로 마친 사람이기 때문에 모른다.

그래서 얻은 결론은 충분히 운동을 열심히 하자는 각오다. 근육이 있어야 혈액순환도 잘 되고 건강해지는 건 당연하니까. 아직 병을 그리 얻은 적이 없어서 몸 상태는 건강하다고 여기지만 언제까지나 이럴 수는 없지 않은가. 이것도 그렇게 많이 먹은 홍삼 덕이라 생각한다.